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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탄고도는 강원도의 옛 폐광 지역을 연결하는 총길이 173.2㎞의 도보 여행로입니다. 이 길은 단종이 유배된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하여 정선, 태백을 거쳐 삼척 해변의 '소망의 탑'까지 이어집니다. 평균 고도 546m,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핵심적인 구간은 정선의 화절령에서 만항재까지 이어지는 ‘운탄고도 5길’입니다. 이 구간은 해발 1,067m에서 1,330m 사이를 오르내리며, 걷는 내내 고산지대의 장엄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운탄고도 안내 책자에서는 5길의 출발점을 화절령으로, 종착점을 만항재로 소개합니다. 이 길은 총 15.7㎞에 이르며, 서서히 고도가 높아져 완주하는 데 약 5시간 이상이 소요됩니다. 길은 가파르지 않지만, 긴 거리를 걷기 때문에 체력 관리가 필요합니다. 만약 만항재에서 출발하면 경사도를 이용해 조금 더 수월하게 걷기를 즐길 수 있으며, 이 경우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만항재는 대한민국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로, 안개가 수시로 내려앉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은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하늘숲길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계절마다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납니다. 만항재에서 출발하는 길은 넓고 평탄하여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습니다. 이 길은 과거 석탄을 실어 나르던 트럭들이 오가던 곳으로, ‘구름 위의 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만항재로 오르는 길목에는 고한읍의 정암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사찰은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세운 것으로, 불교 성물로 여겨지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수마노탑이 유명합니다. 정암사에서 시작되는 계곡길은 청량한 물소리와 함께 여름의 더위를 식혀줍니다. 이 길을 따라 운탄고도를 걷다 보면, 과거 번성했던 탄광촌의 흔적과 만날 수 있습니다.
운탄고도 5길은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걷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길가에 피어난 작은 야생화들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듭니다. 보랏빛 꿀풀, 엉겅퀴, 주황색 동자꽃, 나리꽃 등 다양한 야생화가 어둑한 그늘 아래 초롱처럼 피어 있습니다. 이곳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운탄고도를 걷다 보면, 혜선사라는 소박한 절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한때 번성했던 탄광촌의 일부였지만, 이제는 고요한 산속에 홀로 남아 있습니다. 혜선사는 700가구가 거주하던 큰 탄광촌의 일부였으며, 스님이 홀로 남아 사찰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스님과 나눈 대화 속에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라진 탄광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운탄고도 5길에는 1177갱이라는 탄광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곳은 민영탄광으로는 최대 생산량을 기록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개발한 최초의 갱도입니다. 갱도 입구에는 도시락을 든 광부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이는 광부들의 고단한 삶을 상징합니다. 갱도 앞의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과거 광부들이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운탄고도 5길의 마지막 구간에는 도롱이연못이 있습니다. 이곳은 광부 아내들이 남편의 안전을 기원하며 기도하던 곳으로, 연못 속 도롱뇽의 생존 여부에 따라 남편의 무사를 기원하던 장소입니다. 도롱이연못에서 화절령까지의 산길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좋습니다. 화절령은 ‘꽃꺾이재’라는 뜻으로, 들꽃으로 마음을 전하는 낭만적인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탄고도 5길의 끝 지점은 화절령이며, 이곳에서 하이원리조트까지는 비교적 쉽게 연결됩니다.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콘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백운산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면, 운탄고도의 핵심 구간을 짧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풍력발전소와 함께 어우러진 산자락의 경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운탄고도는 단순한 걷기 길이 아니라, 한때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었던 탄광촌의 역사와 그 속에 살아 숨 쉬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길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우리는 과거의 아픔과 그 속에서 피어난 희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요한 산속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고 현재의 평화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